소나무 밑에 떨어진 솔방울로 공짜로 불멍하기.
연말파티를 하기 전에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나는 비닐봉지 큰 것 한 장과 스테인리스 집게를 하나 들고 집 밖을 나섰다.
하나 둘 줍다보니 많아진 솔방울들.
눈을 맞아서인지 촉촉하게 젖어있어서 신문지를 밑에 깔고 말려준다.
이 정도로는 모자라서 나중에 쌀 포대를 가져가서 한 자루 가득 주워왔다.
솔방울을 줍는데 길을 걷던 아주머니가 오셔서 말을 걸어왔다.
"여기서 뭐 하세요?"
어지간히 궁금하셨는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나보다.
웬 처자가 큰 비닐봉지를 들고 집게로 땅에서 뭘 줍고 있으니 쓰레기라도 줍는 줄 아셨나 생각했다.
나는 말했다.
"솔방울요. 다음 주에 캠핑을 가는데요. 솔방울로 불쏘시개나 할까 해서요."
"아~."
아주머니는 대답을 듣더니 뭔가 흡족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가버리셨다.
제법 웃긴 꽁트같아 보이는데 이건 리얼리티 가득한 내 실화이다.
잔뜩 챙겨가니 처음엔 친구들이 '아니 이게 다 뭐냐. 솔방울을 너가 다 주워온거냐.' 했더랬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불멍을 시작하니 다들 만족해했다.
이런 건 도시에선 쉽사리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신문지를 깔고 솔방울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다음 올려두니 금세 화르륵하고 불이 붙는다.
나는 이 불멍을 보면서 연신 말해댔다.
'이러니 산불이 나지.'
솔방울에 불이 엄청 잘 붙는데다가 쉽게 꺼지지도 않아서
어쩌다 솔방울에 연초 불똥이라도 튀는 날엔 산불 직행이라고 생각했다.
불멍하면 빠질 수 없는 묘미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군고구마 굽기.
실은.. 내가 너무 욕심부리면서 굽는 바람에 많이 타기는 했지만 맛은 있었다.
완전 꿀고구마였기 때문에 밖에 나오면 이런 것이라도 즐겨야 했다.
솔방울로 구운 군고구마는 도시에서 즐길 수 없는 거니까.
솔방울 불멍을 하면서 마시멜로우도 같이 구워먹었다.
캠핑 필수템 기가 BBQ 마시멜로우 후기 (이마트 트레이더스, 솔방울 불멍)
장을 보면서 사둔 마시멜로우였다.
생각보다 잘 구워지고 크고 부드러워서 더 맛있었다.
아, 진짜 우중캠핑이나 산중캠핑 같은 것도 가보고 싶어졌다.
언젠가 나홀로 캠핑을 하게 되는 날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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